2026년 1월 24일 KBS 1TV ‘동행’ 제542화 “다시 쓰는 채아네 첫 페이지” 프로그램 소개입니다.

◆ 아침을 여는 작은 동행 - 다섯 살 채아와 아빠의 출근길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 아빠 형대 씨는 오늘도 다섯 살 딸 채아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섭니다. 매서운 새벽 바람 속에서도 부녀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공사 현장의 사무실입니다.
아빠가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현장에서 채아는 아침마다 출근 도장을 찍고 있습니다. 현장 소장님과 동료들의 깊은 배려 덕분에 채아는 아빠 곁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함께 일한 지 어느덧 세 달째, 건장한 어른들 사이에서 아침 체조를 하는 채아의 모습은 이제 제법 익숙해 보입니다. 다섯 살 아이에게 새벽 6시 이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찍부터 일터에 함께해야 하는 것, 그리고 어린이집 문이 열리자마자 가장 먼저 등원해야 하는 현실에 아빠는 늘 미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 아빠의 홀로서기 - 사업 실패와 이혼, 그리고 미안함
사실 아빠 형대 씨가 채아를 일터에 데려올 수밖에 없는 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숨겨져 있습니다. 아빠는 옆집 할머니에게 부탁도 해보고, 채아가 잠든 사이 몰래 나가보기도 하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채아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빠가 보이지 않으면 울고불고 그야말로 눈물바다가 되기 때문입니다. 채아가 유독 아빠와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하는 것은 지난 5월, 엄마가 갑자기 집을 떠난 이후부터 시작된 일입니다.
2년 전, 형대 씨는 사업 실패의 아픔을 뒤로하고 연고도 없는 태안으로 도피하듯 내려왔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인테리어, 설비, 용역 등 쉼 없이 일해왔던 아빠는 몇 년 전 배달 책자 업체를 운영했으나 시대의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게 되었고, 빚만 떠안게 되었습니다.
신용불량자가 되고 빚 독촉까지 이어지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것입니다. 점점 어려워지는 형편과 낯선 타지 생활에 지쳐있던 아내는 결국 지난 5월 집을 떠났고, 부부는 이혼이라는 아픈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 엄마의 빈자리, 딸의 불안감 - 아픈 손가락 채아
아내가 떠난 후 형대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발성 원형탈모까지 생길 정도로 심신이 지쳐있었습니다. 하지만 본인 몸을 살필 새도 없이 어린 딸을 돌보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아빠 자신도 부모님의 이혼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의 손에서 자라왔던 터라, 딸만큼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엄마가 떠나고 아빠만큼이나 힘들어하던 채아는 이제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일까요? 언제부터인가 '엄마'라는 단어조차 꺼내지 않습니다.
그런 채아를 볼 때마다 아빠는 어른들의 사정으로 상처를 준 것 같아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뿐입니다.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빠도 아직은 모든 것이 서툴고 어려운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고백합니다.
◆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 희망을 주는 이웃들의 손길
육아와 가사, 생계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아빠 형대 씨는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 바로 아이에게 일이 생겼을 때라고 말합니다.
그때마다 매번 일터에 양해를 구하고 달려가야 하는 아빠. 사실 일거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시골에서 어렵게 구한 일을 빠져야 하는 것은 아빠에게도 난처한 일입니다.
지난달에도 아픈 채아를 돌보느라 일을 제대로 못 나가 공과금과 월세마저 밀려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매달 빚을 갚기도 힘든 형편에 쌓여가는 고지서들을 보면 눈앞이 캄캄하기만 하다고 합니다.
막막한 형편과 어린 채아를 생각하면 항상 눈물부터 앞서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고마운 이웃들이 있어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요리가 서툴러 매번 냉동식품으로 끼니를 챙기는 아빠와 채아를 위해 반찬을 챙겨주고, 일이 없어 힘들어할 때면 일부러 아빠를 불러 일을 맡겨주기도 하는 덕분에 지난 몇 개월을 겨우 버틸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다시 쓰는 채아네 첫 페이지 - 행복을 향한 굳은 다짐
아빠밖에 모르는 소중한 딸 채아와 자신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네주는 따뜻한 이웃들이 있기에, 아빠 형대 씨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힘들었던 기억들 대신 앞으로는 행복을 채워나가기 위해 오늘도 굳게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채아네 첫 페이지가 아픔 대신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많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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