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4일 KBS 1TV ‘걸어서 세계속으로’ 922회 “향신료 로드, 스리랑카” 프로그램 소개입니다.

◆ 인도양의 보석, 스리랑카 -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
인도양 한가운데 자리 잡은 작은 섬나라 스리랑카는 그 자체로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이곳은 후추, 시나몬, 정향 등 진귀한 향신료가 풍부하게 생산되는 땅으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이 향신료들이 금만큼이나 값지게 여겨졌으며, 이러한 이유로 스리랑카는 자연스럽게 전 세계 향신료 무역의 중요한 거점으로 떠올랐습니다.
16세기, 이 황금 같은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고자 했던 포르투갈의 침략을 시작으로 스리랑카의 대항해 시대와 함께 식민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땅이 품은 향기 때문에 아픔의 시간을 겪어야 했던 스리랑카의 깊은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들의 소중한 보물들을 만나보겠습니다.
◆ 식민 역사의 흔적, 콜롬보와 네곰보
스리랑카에서 인도양의 거친 바람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도시 콜롬보에는 스리랑카의 식민 지배 역사가 고스란히 기억되어 있습니다. 1505년, 포르투갈이 이곳에 처음 닻을 내린 후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이후 네덜란드와 영국이 차례로 스리랑카를 점령하면서, 이 아름다운 섬나라는 무려 45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식민 지배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콜롬보 도심 곳곳에 남아 있는 오래된 건축물들에서 우리는 그 아픈 역사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콜롬보 북쪽에 위치한 항구 도시 네곰보에서는 해변을 가득 메운 생선 건조 현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저장 방식 역시 포르투갈 식민 지배 당시 전해진 것이라고 합니다.
고통스러운 역사적 배경은 이제 스리랑카 사람들의 삶과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또 하나의 문화적 풍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 야자수의 선물, 스리랑카 전통술 ‘라’
따뜻한 열대 기후,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스리랑카의 해안가는 온통 야자나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야자나무 중 특히 코코넛 나무에서 채취하는 수액을 발효시켜 만드는 스리랑카 전통술이 바로 ‘라’입니다.
코코넛 나무 수액은 채취 후 자연 상태에서도 발효가 되는데, 이때 알코올 도수가 약 4도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 귀한 수액을 얻기 위해 채취꾼들은 최대 30미터까지 자라는 코코넛 나무에 오르는 위험천만한 작업을 감행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번 나무에 오르면 100그루에 달하는 작업을 마칠 때까지 내려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스리랑카 사람들의 삶과 자연이 빚어낸 전통술 ‘라’의 탄생 현장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과 경외감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 세계가 탐낸 향기, 실론 시나몬의 매력
스리랑카 남부 해안에 위치한 갈레는 16세기 포르투갈 식민 지배 당시 요새화된 도시로 지어졌습니다. 이후 17세기에는 네덜란드가 포르투갈을 몰아내고 갈레를 점령하며 요새를 더욱 확장하고 강화했습니다.
이곳 갈레는 스리랑카산 시나몬 무역을 통제하는 중심 항구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특히 '실론 시나몬'이라 불리는 스리랑카 시나몬은 일반적인 계피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매운맛이 강한 일반 계피와 달리, 실론 시나몬은 은은한 단맛과 함께 매혹적인 꽃향기를 품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갈레 동쪽에 있는 마타라는 예로부터 이 '실론 시나몬'의 주요 산지였습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시나몬은 갈레 항구를 통해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통 방식으로 시나몬을 재배하고 생산하는 현장을 찾아가 보면, 수백 년 전 유럽 열강을 매료시켰던 그 향기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습니다.
◆ 황금보다 귀한 검은 보석, 스리랑카 후추
중세 유럽에서 후추는 금과 견줄 만큼 높은 가치를 지녀 '블랙 골드(Black Gold)'라고 불렸습니다. 이는 스리랑카를 식민지와 대항해 시대의 중심에 서게 한 핵심 향신료였습니다. 스리랑카 바둘라 지역은 질 좋은 후추 생산지로 매우 유명합니다.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 일교차가 크고 아침에 이슬이 풍부하게 맺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생산되는 후추 열매는 더욱 단단하고 깊은 향을 자랑합니다.
덩굴식물인 후추는 기둥이나 다른 나무를 넝쿨처럼 감아 올라가며 자라는데, 심고 나서 2, 3년이 지나야 비로소 후추 열매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스리랑카 현지에서는 싱싱한 생후추를 사용하여 매콤한 양념을 만들고 이를 밥과 함께 즐기기도 합니다.
유럽 열강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스리랑카 후추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맛과 향을 직접 경험하며, 스리랑카가 품고 있는 귀한 자연의 선물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